2007년 9월 16일 양화대교~성산대교 야경 출사 후기 Photo Driven

박무 탓에 시정이 짧아서 사진을 찍으러 나가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고민을 했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이런 날씨에만 얻을 수 있는 사진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카메라를 챙기고 나갔다. 다행히 박무가 심하지 않아 야경 찍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오히려 조명등의 빛을 적당히 강조하는 효과가 생겨 맘에 들었다.

양화대교 (F20, 8s, ISO 100)


한강은 넓다. 그만큼 사람들도 많고, 조금만 노력을 하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나 밤 낚시를 하는 사람들과 장노출 사진(한 장을 찍는데 10초~30초 혹은 그 이상이 필요한 사진)을 찍는 사람과는 '기다림'이라는 공통적인 분모가 있기 때문인지, 서로 말을 건네기가 쉬운 편이다. 물론 물고기가 언제 걸릴지 모르는 막연한 기다림과 몇 초 후에는 사진이 찍힐 거라는 예정된 기다림이라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하룻밤에 수 십 마리가 잡힐 때도 있고 일주일이 지나도 한 마리도 안 잡힐 때도 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성질 급한 나는 낚시는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낚시란 기다림의 미학이 아닐까.

사진기에 관심을 보이던 어느 분과의 즐거운 대화 후, 촬영 허락을 구하고 가까이에서 몇 장을 찍었다. 인사를 드리고 자리를 뜬 직후, 뒤를 돌아보니 의외로 좋은 실루엣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낚시꾼의 친절함 덕분일까, 운 좋게도 담배불을 붙이는 장면까지 포착할 수 있었다. 비록 엉성하긴 하지만 어제 찍은 사진 중 가장 맘에 드는 사진이다. 가까이에서 찍은 어떤 사진보다 아래 사진이 그 분을 제일 잘 표현한 것 같다.

(F13, 8s, ISO-100)


선유교는 화장을 한 여인의 얼굴처럼 참 예쁘다. 태극을 형상화한 그 화려함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안쪽에 감춰져있는 아름다움을 감상할 기회를 잃었던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예쁜 모습을 찍는데 급급해서 선유교의 겉으로 드러난 아름다움 외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충분히 찾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결국 남들 다 찍는 사진만 찍다 온 듯... 그게 참 아쉽다. 겉모양에 혹해서 정신 못차리는 걸 보니 나도 역시 나이가 많이 어린가보다.

선유교는 여의도쪽을 바라보고 찍을 때 좀 더 구도가 좋다. 하지만 반대쪽에서도 충분히 멋진 사진을 얻을 수 있으리라.

선유교 (F16, 13s, ISO-100)


선유교 (F18, 20s, ISO-100)

- 사족
야경을 찍을 때는 다른 때보다 수평 맞추기가 참 힘들다. 지금까지는 계속 삼각대의 수평기를 이용하거나 AF 보조등을 격자 삼아서 수평을 맞췄는데... 이게 참 귀찮고 어려운 일이다. 내 카메라(Canon 400D)는 격자 스크린이 안나오는데, 알아보니 파인더에 선을 그어주는 곳이 있다고 한다. 여행가기 전에 만들어넣어야 할 듯. 사진과는 관련 없는 이야기지만 정말 캐논은 사용하면서 이런 면에서 아쉬움을 많이 느낀다. 적어도 캐논 보급기 바디들은 오래 쓸 카메라는 못되는 듯. 쓰면 쓸수록 만족스러운 니콘과는 참 대조적이다. (캐논 입장에서는 '보급기에 아쉬움을 느꼈으니 이제 더 비싼 중급기로 와라.'겠지만 나는 '글쎄요?')

- 물론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극복해서 쓰는 게 요령이고 그게 제일 중요하다.


성산대교는 가까이에서 보면 산업화 시대의 큰 강철 구조물 같은 위압감을 주지만, 멀리서 보면 서양 중세식 건물의 화려한 테라스에서 빛이 흘러나오는 것을 보는 듯하다. 한강의 다른 다리들은 무엇인가를 '이어준다'는 느낌이 강하고 그 느낌을 빼면 허전한데, 유독 성산대교는 다리라기 보다는 하나의 거대한 장식, 빌딩 같다.

성산대교 (F20, 20s, ISO-100)


성산대교 (F5.0, 1.6s)

주목적은 성산 대교를 찍기 위함이었지만 한강변을 따라 걷는 것 또한 무척이나 좋았다.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을 보는 즐거움 또한 의외의 소득. 나처럼 사진을 찍으러 나온 사람, 산책을 나온 가족, 오리들에게 과자를 던져주는 아이들, 운동을 하러 나온 할아버지, 아주 빠른 속도로 자전거를 타고 가던 아주머니,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 이 모든 게 우리가 알고 있는 한강의 진짜 풍경이 아닐까.


p.s: 이날은 왠지 커플을 봐도 무덤덤했다. (좋은 게 아닌 거 같은데..;;)
p.s: 더 많은 사진은 포토로그에...

덧글

  • 오이지 2007/09/17 23:16 # 삭제 답글

    박무라면 brume 정도인가? 저 정도로 빛이 산란되는 날씨가 참 애매하지. ㅋㅋ 하지만 저런 기상 상황에서는 밝은 노출보다는 어두운 노출이 확실히 더 낫네. 나름대로 독특한 분위기가 있어. 다른 날씨에서는 볼 수 없는 거말이지.

    물론 맑은 날씨였다면 지금보다 노출을 더 주는 게 좀 더 명쾌한 사진을 얻을 수 있을 듯~
  • 플루 2007/09/18 11:57 # 답글

    이지 // brume이 mist 보다 옅은 안개를 뜻하는 건가요? 음. 그러면 대충 비슷할 듯.^^; 한강은 맑은 날에도 한번 가보고 싶어요, 안개가 잔뜩 낀 날에는 오히려 새벽에 가야할지도.. ^_^
  • 매정 2007/09/18 17:58 # 삭제 답글

    이거 진짜 너가 찍은거야?? ㅡ,ㅡ 믿을 수 없을만큼 잘 찍었군 ㅎㅎ
    칭찬인거 알쥐 훗
  • 플루 2007/09/18 19:50 # 답글

    매정 //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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