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문 5답 <사진> Photo Driven

사진을 찍고 반 년이 지나면 자기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누군가의 말이 떠올라, 예전에 밴드 MT 때 했던 설문을 좀 바꿔봤습니다. '밴드'를 '사진'으로요. 나중에 더 발전된 모습으로 이 글을 읽을 수 있도록, 지금의 '형상'을 글로 남겨봅니다. ^^


1. 사진을 시작하게 된 계기
; 작년 봄, 가족을 비롯해서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 그리고 소소한 주변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야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몇 십 년 후에 다시 살펴볼 걸 생각해서, '이왕이면 제대로 남겨보자.'라는 생각으로 D-SLR을 샀죠. 처음에는 정말 그 뿐이었는데, 취미가 사진쪽으로 기울어 버릴 줄은 정말 생각도 못했습니다. ;-)


2. 최근의 사진
; 아직 사진을 찍는다고 말할 수 조차 없는 수준입니다. 글을 쓰는 것에 비유를 하자면 이제 겨우 글자를 익힌 정도죠. ^^;

요즘은 주제를 머릿속에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는 법을 연습하고 있습니다. 아래 올림픽공원의 왕따나무 사진도 그런 연습과정에서 나온 하나의 산출물이죠.

'왕따' 이미지를 부각시키려고 하늘과 땅의 중간에 나무가 위치하도록 구도를 잡았습니다. 지난 10월에 같은 시도를 했었지만, 그때는 잔디가 녹색이어서 오히려 땅이 나무와 친구라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3자 구도(?)를 만들기 위해 잔디가 메마른 겨울 오후에 촬영을 했습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주제는 '넌 왕따가 아니야.'라는 것이었습니다. '넌 왕따야.'라고만 끝나면 너무 우울하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이 사진은 불충분합니다. 왕따나무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요소가 아무 것도 없으니까요. -_ㅜ (나무를 향해 아이가 달려간다거나, 새가 날아 앉기를 1시간 넘게 기다렸다는데 결국 성과는 없었다는...)
어쨌거나 전체적으로 표현 방식이 미숙하죠. ^^;

왕따나무 사진은 미리 머릿속에 주제와 이미지를 어느 정도 그려놓고 접근을 했었지만... 현장에서 피사체로부터 영감을 받는 일도 많습니다. 요즘은 현장에서 피사체로부터 좋은 느낌을 받으면, 피사체를 관찰하고 어떤 요소가 좋은 느낌을 주는지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서 주제를 선정한 다음에 셔터를 누르려고 하는 편이죠. 이런 학습을 통해 얻는 것도 있고, 이런 접근 방법이 사진을 찍고 나서도 좀 더 만족도가 높더군요. ^^; (물론 경험이 쌓이고 실력이 올라가면 좀 더 직관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부분이 늘어나리라 생각합니다.)

최근 P&S(Point & Shoot:별 조작없이 보이는 대로 바로 찍는)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도 그런 맥락입니다. 일단 P&S 카메라가 D-SLR 카메라보다 휴대성이 좋아서 자주 들고 다닐 수 있죠. 그리고 별 다른 조작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같은 시간 동안 D-SLR 카메라보다 피사체에 대해 좀 더 몰입을 할 수 있구요.
그렇다고 완전히 P&S 카메라로 전환할 생각은 없어요. 셔터 찬스를 좀 더 보장하고, 무엇보다 현장에서의 실패를 막아주는 게 D-SLR의 큰 장점인데, P&S 카메라는 아무래도 그런 면에서 부족하니까요. 어차피 카메라는 도구일 뿐이고, 목적에 맞게만 사용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


3. 자신에게 사진의 의미는?
; 그림을 잘 그려보고/이해해보고 싶었던 욕구를 채워주는 수단이었고, 산책과 여행을 좀 더 풍성하게 해주었죠.

결론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취미'입니다. 다만, 가정교육의 영향과 제 성격상, 하나를 파고 들면 끝까지 파고 드는 탓에 아무래도 '남보다 심각하게' 한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음은 인정합니다. ^^;
'사진에서 너의 피 냄새가 나지 않으면 사진을 한다고 이야기 하지 말라.'라는 말도 들었는데, 이에 대한 제 대답은 '못할 것도 없다.'입니다. 단지, 지금 제 피와 혼을 바쳐야 할 분야는 따로 있을 뿐이죠.

그 외에는 다른 취미도 그랬듯이, 삶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긴 것 같아요. 새로운 사람을 알게 된다거나, 좀 더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거나 등등. :-)


4. 영향을 준 사람이 있다면?
; 사실 온라인 커뮤니티, 잡지, 작가, 주변 사람들 모두에게서 영향을 받는다고 봐야겠죠. 특히나 온라인 커뮤니티는 커뮤니티 마다의 특색이 있고, 해당 장르의 좋은 사진이 많기 때문에 큰 참고가 됩니다. 예를 들어 포클 같은 경우는 좋은 감성 사진(특히 스냅 사진)이 많이 올라오고, 낭만포토클럽에는 멋진 풍경 사진이 많죠. 엔샷 동호회분들의 사진들을 봐도 많이 배우고, 여러 사진 작가들의 작품은 말할 것도 없죠. 그래도 아직은 제 스타일을 고정시킬 단계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
하지만 아무래도 아버지로부터 받은 영향은 벗어나기 힘들 것 같네요. :-)


5. 목표가 있다면?
;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두고 싶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게 앞으로도 카메라를 손에 들고 있는 가장 큰 이유일테구요. 지금도 가장 맘에 들고 보면서 행복한 사진은 제 주변 사람들을 찍은 사진-인터넷에는 공개하지 않은-입니다. ^^

그래도 작품으로서 당장의 목표가 있다면 음악을 사진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나름 음악을 15년간 취미, 직업으로 해온 것에 대한 중간 결산도 해보고 싶고, 사진과의 연결점을 통해 새로운 시작을 해보고 싶거든요. 다만, 지금 저의 사진 실력으로는 머릿속에 담아둔 주제를 표현하기가 너무 어렵군요. ^^; 그저 지금은 표현력을 늘리는 연습을 부지런히 할 수 밖에요.

'아직 해보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

덧글

  • 태권브이 2008/03/04 10:48 # 삭제 답글

    사진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느껴지네요. 훈훈합니다~.
    제게 장롱속에서 사랑을 못받고 있는 카메라가 하나 있는데 쓰실래요? Mamiya RB67 바디와 90mm 렌즈인데요. 그런데 바디의 아이레벨 파인더에 금이갔어요. 호주 있을 때 여행갔다가 그렇게 된 건데 파인더만 교환하면 쓰는데는 지장 없을 듯... 120mm 필름도 한 두통 있는 것 같습니다. 흠이 있긴 하지만 나름 아꼈던 물건이라... 사진애호가 의호씨에겐 드릴 수 있음. ^^;
  • 플루 2008/03/04 12:01 # 답글

    태권브이 // 헉, RB67;; 받는 건 죄송하고, 나중에 빌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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