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생각 Computer Code

고등학교 시절, 이메일이 유행하기 시작했었는데 당시에는 웹메일이 없던 때라 이메일을 사용하려면 아웃룩 등의 메일 클라이언트에서 일일이 복잡한 설정을 해야만 했었다. 컴퓨터에 익숙한 젊은 사람들이야 어떻게든 사용했었지만, 어른들은 도통 그러질 못하셨다. 일단 세팅이 되면 메일을 보내고 받는 건 하시겠는데 거기까지 가는 게 너무 어려웠던 것이다. 지금이야 랜선만 연결되면 인터넷에 연결되는 세상이지만, 당시에는 인터넷에 연결하려면 PPP, SLIP 등의 전화선 연결 세팅도 해야했고 POP3, SMTP 같은 메일 클라이언트 세팅도 해야했으니 컴퓨터 자판에도 익숙치 않은 어른들에게는 당연히 어려웠을 거다.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처음 보람을 느꼈던 때가 그 무렵이다. 하이텔, 천리안 같은 통신사만 선택하고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넣으면 복잡한 세팅은 알아서 다 해주는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었었는데, 어른들께서 너무 좋아하셨다. 내 손을 꼭 움켜쥐시고는 고맙다는 말을 몇 번이나 하셨는데, 그때는 어려서 그분들이 그렇게 지나칠 정도로 고마워하시는 이유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은 그걸 이해한다. 사실 그 분들은 이메일 보다는 시대의 흐름에서 소외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이래저래 주변 환경도 점점 낯설어져가는데 이메일이라는 녀석이 더욱 고달프게 하니 속으로는 얼마나 애를 태우셨겠는가. 그런 점은 10년 전 컴퓨터를 배우시던 어르신들이나 지금 컴퓨터를 배우시는 어르신들이나 크게 다르진 않더라.

어쨌거나 그때 느낀 바가 있어, 이후의 내 모든 작업은 '사용하기 쉬워야 한다.', '쓰는 이에게 가치를 주어야 한다.'라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깔고 들어갔다. 언제나 그런 원칙이 지켜진 것은 아니지만, 지난 세월 동안 내 프로그램에 그 원칙을 담아내는 방법은 확실히 발전한 것 같다. 프로그램을 알아보기 쉽게 짜고 재활용성을 높이는 것도 그 방법의 시작이지만, 더 나아가서 프로그래밍 외적 요소(기획, 디자인 등)부터 고려가 될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프로그램에 관련된 모든 사람이 '사용성', '가치'에 대해 생각을 하도록 내 주변부터 꾸준히 설득을 하는 과정인 것이다.

...

그동안 이것저것 조금씩이라도 주워 들으려 한 게 있어서, 컴퓨터와 관련해서는 어느 분야의 사람을 만나더라도 다행히 이야기는 통하는 편이다. 간혹 그렇게 얘기를 하다보면 사기를 잘 친 탓인지는 모르겠지만(-_-) '왜 웹에 있냐, 이쪽 분야로 와라.' 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내가 웹 분야에 있는 이유는 현 시점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가치를 주는 데에 가장 가까이 있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웹이 기술적 난이도나 만족도에 있어서 뭔가 매니악하거나 도전적인 만족감은 떨어질지 모르나, 내가 실현하고자하는 가치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기술 중의 하나임은 분명하다. (사실 웹이라는 표현보다는 인터넷 기술이라 지칭하는 게 맞을 것이다.)

세상 모든 일에는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 적용된다. 사람이 돌덩이를 10m 옮기든 기계가 돌덩이를 10m 옮기든 그 일에 사용된 에너지는 동일하다. 그러나 사람을 좀 더 편하게 하는 수단을 우리는 '기술'이라고 부른다.
기술 그 자체로만 보면 웹 또한 다른 기술과 별반 차이가 없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전파 속도가 빠르다는 특징이 있고 이건 내게 큰 의미를 지닌다. 내가 태어나기 전보다 조금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 거기에 약간의 가속도를 더 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삶의 가치를 실현하는데 기술적 가치가 크게 도움이 된다면,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는 것도 내겐 나쁘지 않은 일이다.

덧글

  • hiphapis 2008/09/18 13:53 # 삭제 답글

    이 글의 제목이 "잡생각" 인것에 난 반대! ㅎㅎ

    사실 나도 개인적으로 계획하고 기획하고 개발하고 있는 프로젝트 모두
    "사람들의 삶을 편하고 윤택하게 해주는것"을 목표로 삼고 하고 있는데..

    왠지 모를 동질감이 생기네! ㅎㅎ
  • CharSyam 2008/10/08 18:26 # 삭제 답글

    나의 목표는 우주정복!!!
댓글 입력 영역